골목상권 희로애락

맛으로 다시 쓰는
대한민국
골목 이야기

매주 수요일 밤, 맛과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TV 앞으로 모이는 시간이다. 낯선 골목의 이름이 검색창에 오르고 모니터 너머의 식탁을 보며 군침을 삼키다 보면 주말 계획이 바뀌곤 한다. 포방터시장, 신포국제시장 등 낯설었던 골목의 이름이 귀에 익게 된 배경에는 백종원과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이 있다. <골목식당>이 전파를 타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그사이 수많은 거리와 식당들이 화제에 오르고 또 사라졌다. 죽어가는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달래주고자 시작한 <골목식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골목식당>에서 화제가 된 식당을 중심으로 T맵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다.

<골목식당>이 만든 최고의 스타, 연돈

거리를 걷다 보면 방송에 나왔던 맛집임을 내세우는 간판을 하나쯤은 보게 된다. 온라인 방송에서 시작된 먹방 열풍에 힘입어 음식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골목식당 출연'이라는 문구만큼 강력한 티켓 파워를 과시하는 프로그램은 아직 없는 듯하다. 연돈은 <골목식당>의 막강한 파워를 대중에게 제대로 보여준 곳이다. 작은 시장 골목에서 요행 따위는 바라지 않고 먹음직스러운 돈가스를 판매하던 부부의 모습은 백종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부지런히 다녀간 사람들이 맛과 친절을 보증하면서 연돈은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나올 만큼 화제를 모았다. 골목 안 작은 가게가 시장을 대표하는 명소로 부상하면서 연돈의 성공 스토리는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연돈의 진짜 신화는 그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년 후 다시 찾은 연돈은 여전히 뛰어난 맛을 자랑했지만 침울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방송 이후 맛집으로 부상했지만 상인회와의 갈등과 유명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종원의 적극적인 서포트에 힘입어 연돈은 제주도로 터를 옮겼고, 흑돼지 돈가스로 업그레이드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 과정은 <골목식당>을 통해 방영되었고 2019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T맵의 데이터에도 그 화제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T맵에서 연돈을 조회한 횟수가 40배 이상 상승한 것은 물론 제주도에 있는 모든 음식점을 통틀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텐트를 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연돈의 돈가스를 먹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연돈 사장님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제자 육성을 통해 전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돈의 스토리는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압축한 한 편의 드라마였고 <골목식당>의 파워 또한 입증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연돈의 돈가스를 '우리나라 돈가스 끝판왕'이라고 백종원이 극찬하는 순간, 연돈의 열풍이 시작된 것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돈 트래픽 변화

<골목식당> 연돈 제주점
방영 후

4,100%

19. 9. 19. 11. 20. 1. 20. 3. 20. 5. 2,000 6,000
2,000 2019. 9. 2019. 11. 2020. 1. 2020. 3. 2020. 5. 6,000

* 2019. 9. ~ 2020. 5.   |   길안내 시작 수
* 연돈의 <골목식당> 방영일: 2019. 12. 18. ~ 2020. 1. 8.

푸드트럭에서 전국 체인점으로 성장한 온센

신포청년몰 눈꽃마을이 청년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예비 사위와 장모가 함께 일하는 텐동집 온센이 <골목식당>에 등장한 순간부터였다. 바삭한 튀김이 가득 올라간 덮밥을 맛보고자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발길이 뜸해진 오래된 전통시장 내에서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던 청년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신포청년몰은 인천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신포국제시장 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던 전통시장과 열정을 쏟아부을 곳이 없었던 청년들은 처음에는 무척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텐동, 타코야끼, 마카롱 등 일부 세대에게는 낯선 메뉴들이 <골목식당> 신포국제시장 편을 방송하는 동안 모두에게 친숙해졌고 전통시장에 대한 향수와 늘 새로운 것을 찾는 호기심이 맞물려 온센은 물론 인근 가게들도 대기 명단을 작성해야 하는 맛집으로 부상했다. 온센은 푸드트럭에서 창업한 작은 식당이었지만 <골목식당>에서 화제가 된 후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성장했다. T맵에서 온센을 조회한 횟수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푸드트럭을 시작으로 매장 수를 조금씩 늘려간 영향으로 보인다. 인천까지 발걸음하기 어려웠던 사람들까지 온센표 텐동을 맛보고 있으니 머지않아 온센에서 출발하는 먹자골목이 전국에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온센 지점별 트래픽 변화

2018년 8월 대비
6,011% 상승

18. 8.

2018. 8.

19. 1.

2019. 1.

19. 8.

2019. 8.

20. 4.

2020. 4.

20. 6.

2020. 6.

1,000

800

600

400

200

본점

천안점

트레일러점

전주점

포항점

부평점

* 2018. 8. ~2020. 6.   |   길안내 시작 수

<골목식당>이 사랑받는 이유

<골목식당>을 거쳐 간 수많은 식당 중 유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곳들이 있다. 그중 원주중앙시장의 어머니손칼국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장님의 모습과 정갈한 음식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고 지금까지도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골목에서 힘겹게 장사를 이어오던 여수의 꿈뜨락몰 사장님들이 방송을 계기로 성장을 거듭하는 모습,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홍탁집 사장의 환골탈태도 <골목식당>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백종원의 탁월한 안목과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장님들의 노력은 <골목식당>이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