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 코로나19와 이동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쇼핑법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가 K-방역을 주목했다. 빠른 검진 속도와 더불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방역 시스템은 수많은 국가에서 벤치마킹 사례로 꼽혔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드라이브 스루 형식을 도입한 선별 진료소였다.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경로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진료 시간까지 크게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외신의 찬사가 쏟아졌다.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로 사용하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사회 곳곳으로 퍼지며 방역 체계까지 바꾼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영감을 받은 분야는 점점 더 늘어나 2020년 상반기에는 다양한 상품이 드라이브 스루 품목으로 떠올랐다.

드라이브 스루 시장의 성장

1992년, 맥도날드가 부산에서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패스트푸드점과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드라이브 스루 시장이 형성되었다. 도입 초기에는 도심이나 외곽 지역에 매장이 생겼고 시간을 아끼려는 직장인이나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한 주문 방식이 추가되고 매장도 점점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T맵 데이터에도 상승세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2019년 한 해 동안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찾은 이동량이 약 1.5배 증가했고 2020년 1월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월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라 할지라도 이용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던 3월부터 이동량이 다시 상승하며 2019년의 최고 기록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할 때 언택트의 장점이 드러난 드라이브 스루는 매출 감소로 고민하던 여러 분야의 숨통을 트여주었다. 그동안 일부 브랜드에서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서비스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여러 분야로 확대되었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공고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브랜드 드라이브 스루 이용 추이

1,000,000 600,000 코로나 확산 시점 19. 1. 20. 2. 20. 6. 코로나19 확산 이전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연증가 추세선
600,000 2019. 1. 2019. 4. 2020. 8. 2020. 11. 2020. 2. 2020. 6. 1,000,000 코로나19 확산 이전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연증가 추세선 코로나 확산 시점

* 2019. 1. ~ 2020. 6.   |   길안내 시작 수

이색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의 등장

2020년 3월과 4월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위축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유통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온라인 배송과 함께 언택트 소비가 조금씩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는 언택트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여러 분야에 전파되었다. 커피나 패스트푸드뿐만 아니라 농축산물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했고 장난감과 책 대여 방식도 달라졌다. 일부 은행에서는 환전 서비스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대체하며 변화한 시대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지자체도 다르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고 성공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T맵의 길안내 데이터는 포항시에서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포항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침체에 빠진 어민들을 돕기 위해 3월 14일과 15일에 활어회 판매 행사를 기획하고 구룡포해수욕장에 임시로 가판을 설치했다. 짧은 기간 동안 운영했음에도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이 났고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1과 22일에도 행사를 추가 진행했다. 이때는 구룡포해수욕장과 칠포해수욕장까지 행사장을 확대했고 활어회뿐만 아니라 매운탕 세트까지 판매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판매 시작 2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판매 이벤트를 하나둘 열기 시작했다. 포항시의 선례를 이어받아 노량진 수산시장은 3월 26일부터 4월 12일까지 모둠회를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했다. 총 18일간 1억 2,369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2,619대의 차량이 몰려들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 판매 형태로 진행했는데 행사 시작 후 첫 주말인 28일과 29일 사이에 약 2,69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4월 한 달 동안 드라이브 스루 픽업점을 별도로 설치하고 앱으로 주문해 수령해가는 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고심하기도 했다.